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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개월]재서의 말 말 말
# 밤이 오는 이유는..
여름 휴가 부산에 가 있는동안 이모들과 엄마 재서랑 내원사계곡엘 다녀왔다.
시원한 계곡에서 잘 놀고 부산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 있는 동안 해가 지고 있었다.
한참 동안 새털구름, 먹구름 가지고 쫑알거리던 재서 도시에 들어서자 깜깜한 밤이 되니 조용해졌다.
가만 있다가 툭 내뱁는다.
"왜 밤이 돼?"
할머니, 책에서 읽어줬던 햇님과 달님이 번갈아가며 비춰주는 이야기를 열심히 해줬더니
"아니야~ "
조금 있다가 "지구가 돌기 때문이야"
이모들 "아! 하하하~~~"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정년퇴임하신 셋째이모는 초등학교 4학년이 할 소리라고 깜짝 놀라신다.
요즘에는 애들 보는 책에도 이런 거 다 나오는데.. ㅋㅋ
재서군.. 할머니들이 왜 그리 웃었는지 모르겠다는듯 다시 심드렁하게 의자에 기대 무표정하게 앉아있다.
# 아빠가 친구냐?
지난 일요일 아빠 친구네와 약속이 엇갈려 어쨌든 우리만 철도박물관을 둘러보고 다시 집으로 가기 위해 나왔다.
재서아빠, 빠져나오는 길에 두부마을이라고 외관으로는 꽤 괜찮아보이는 음식점이 있으니
맛있겠다고 보은에 가서 전전날 보은가서 먹었던 손두부 이야기를 신나게 한다.
심드렁하게 그 소릴 듣고 있던 재서군,
"그렇게 신나냐?" 켁!!
어른들이 걱정하시는 반말이 이런 찰나에 이렇게 들으니 참 버르장머리 없기 그지 없게 들리는데 넘 웃겼다.
# 착각
어린이집 다녀오니 할머니가 장화를 사다놓으셨다.
저녁밥 먹기 싫어 졸리다면서 방에 들어가 누웠던 녀석이 장화 사왔단 말에 망아지 날뛰듯 장화를 신고 신나 한다.
흥분되어 뛰다니더니 쇼파에 앉아 있던 나에게로 날라오면서 배를 푹 누른다.
"재서야!! 이럼 까치가 놀라지!" 했더니
잠시후.. "미안해~ 엉덩이인줄 알았어~" 켁!!
그러고 눈을 밑으로 보니 5개월 들어선 배가 딱 통통한 엉덩이같이 보이긴 한다. ㅋㅋㅋ
이제 제법 배가 불러오니 까치의 존재에 대해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밤에 잘때도 엄마랑만 자겠다고 해서 할머니를 서운하게 만들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꼭 안방에 와서 옆에 눕는데 아빠가 있으면 발로 사정없이 차버려 잠자던 재서아빠가 당한다.
어린이집에서는 여름 방학 이후 아주 활발해지고 업되어 있다고 하는데
집에만 오면 밥도 잘 안먹고 엄마 껌딱지로 돌변한다.
여름 시작할때부터 종이 비행기 몇 개 접어주면 너무 재밌게 놀더니 종이 접기에 요즘 흥미를 가진다.
색종이로 큰 세모접기, 큰 네모 접기까지는 꼼꼼하게 잘해내고
가끔 얇은 이불도 깔끔하게 접고 빨아놓은 수건, 손수건도 양 끝을 딱딱 맞춰서 잘 접는다.
종이 접기 책을 샀는데, 꾸준히 해줘봐야겠다.
요즘 또 자존심이 강해졌다고 할까?
주말에 오랜만에 퍼즐을 내려달라고 해서 토마스 테두리없는 퍼즐을 내려줬다.
처음에 60조각짜리 한다고 했다가 좀 보기만 하다가 못하겠다고 해서 35조각짜리를 내려줬다.
이거 작년에 옆에서 봐주기만 하면 혼자서 다 해내던거였는데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중간에 자꾸 못찾겠다고 짜는 소리를 했다.
요령이 없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진데,
끈기와 집중력은 좀 떨어진것 같아 힌트를 자꾸 줬는데도 거의 맞추고도 끝에 방향을 돌릴 생각을 못해 못끼워넣고 쩔쩔매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그냥 웃고 있었나?
한참 퍼즐에 눈을 두다가 우연히 내가 웃고 있는 얼굴을 보고선 화가 났는지 얼굴을 확 때린다.
"이재서!! " 크게 소리를 냈더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면서 울음을 참고 있다.
뭐 그렇다고 비웃는 소리를 하거나 소리내어 웃은것도 아닌데...
일단 엄마가 웃어서 기분 나빴냐고 하니 그렇다고 끄덕인다.
그러고선 서럽게 우는데 참... 어찌해야할지
엄마가 웃어서 기분나쁘게한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그렇다고 재서가 갑자기 엄마 얼굴을 때려서 놀라고 아팠다고 말해줬다.
그러고서 나왔는데 재서 아빠가 뭔일이냐고 묻길래 그랬다고 했더니 "웃으면 안되지..."
"나도 알지... 근데 나도 모르게..."
이러면서 우리도 모르게 재서 안들리게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고 있다. ㅋㅋㅋ
요즘 재서는 아이가 아니라 재서 어린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PET 선생님이 자존심과 자존감(?)은 다른 거라고 자존심을 세워주는 교육이 아니라 자존감을 갖게해줘야한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끝까지 앉아 해낼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할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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