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육아상식 2008. 7. 22. 09:38

[46개월]서윤이의 전화

어제 저녁 식사를 막 끝내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대연엄마와 통화할 일이 있는데 밍기적거리고 있던 차라 엇 핸드폰으로 했다가 안받아서 집으로 전화하셨나부다 싶어

얼른가 받았더니 어? 아이 목소리이다.


"여보떼요?"

"어? 누구세요?"


"저 서윤인데요."

처음에 잘 못알아들어 "응.. 누구라고요?"


순간 낯익은 목소리인데 누구인지 못알아챘다.

"서윤인데요. 안녕하세요?"


"어머! 서윤이야? 어!! 서윤아.. 웬일이야?"

그러고 보니 옆에서 서윤엄마 목소리가 사이사이 들린다. 깜짝 놀라고 신기했다.


"재서 있어요?"

"응 재서 있어.. 바꿔줄까?"


"네~"

"재서야.. 전화받아. 서윤이가 너한테 전화했어"


밥먹고 거실에 앉아 있던 재서 아직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듣겠는듯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본다.

"서윤이야.. 전화받아봐. 너한테 할말이 있대."


그제서야 일어나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

"응!!"

...

한참 듣고만 있다가 나한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한다.


"밥먹었냐고 물어봐.."

"서윤아! 밥 먹었어?"

...

"밥 먹었대"


한참 서윤이가 말하는 걸 듣더니

"근데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듣겠어!!"


...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듣겠어!!"


...

"응!! 이제 그만 끊고 싶어~"


하고 덜렁 수화기를 나한테 주고 가버린다.

"서윤아.. 재서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네?"


서윤이 한참 뭐라 뭐라 말하다 서윤엄마가 받았다.

"서윤이가요~ 재서한테 전화하고 싶대서 제가 번호 눌러주고 서윤이가 받은거예요"


"어머머!! 너무 귀여워요~ "

"식사 하셨어요? 할머니도 계시구요?"


"네!"

"할머니랑 엄마랑 같이 있어서 좋겠다 재서는~"


조곤 조곤 말씀도 잘하신다 서윤엄마.

전화를 끊고 나도 흥분이 가라앉질 않는다.

처음으로 아들 친구 전화를 받다니!!


재서한테 서윤이가 뭐라고 했는지 물어보니 "만다라 이야기했는데... 뭐랬는지 기억이 안나"


서윤이는 2005년생으로 재서보다 어린데도 기특하게 친구에게 전화 걸생각을 다하다니

너무 귀여워 옆에 있으면 뽀뽀라도 막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너무 너무 신기하다며 이야기하고 있으니


재서왈 "내일 보현이한테 전화하고 싶어"

"어.. 그래! 재서도 친구한테 전화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구나"


좀 있다가 "토요일날 전화할꺼야."

또 한참 있다가는 "방학 끝나면 전화할꺼야..."


자꾸 미룬다. ㅋㅋㅋ

평소 이야기를 잘하는데 전화만 귀에 대면 어릴때부터 팽개치던 재서.

요즘은 그나마 커서 가끔 번호를 눌러달라고해서 아빠한테나 삼촌한테 전화를 하기는 하는데,

한두 마디 하고는 "이제 끊고 싶어!!" 하며 찰카닥 끊어버린다.

생각해보니 재서 엄마, 재서 아빠 꽤나 전화랑 친하지 않다. 전화를 하더라도 짧게 할말만 하고 끊는다.


전화를 잡고 재미있는 따뜻한 이야기 나눈 적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큰소리 내시진 않으시지만 조용한 미소로 서윤이와 잘 놀아주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 서윤엄마는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한 안부인사를 잘 건네시는 분인게 안봐도 훤하다.

아! 정말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그래서 육아가 더 어렵지만 이렇게 적나라하게 부모를 비춰주는 거울이 어딨나 싶어 더욱 소중한 존재로 느껴진다.

뜻밖의 서윤이의 전화로 내내 기분이 좋아진 저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