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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배우기
재서가 한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 시작되었다기 보다 조금씩 한 글자씩 띄엄띄엄 갖다가 작년 말부터인가? 부쩍 관심을 보인다.
아마도 어린이집에서 하는 햇님모둠의 영향과 다른 친구들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7살이 되면 하는 햇님모둠에서 한글을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들이길에서간판 읽기, 책 만들기, 편지쓰기, 카드만들기 등을 하면서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재서 친구들중에서도 4,5세때 한글을 읽은 아이도 있고, 한글로 문장을 쓸 수 있는 아이도 있고,
아예 아무 글자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아이도 있는 등 다양한데,
일단 이런 활동은 한글에 대해 사전에 많이 알고 모르고가 중요한게 아니라서 너무 다행이었다.
글씨를 못쓰는 애들은 선생님께 부탁해서 쓰고 나머지 그림은 자기들이 그리곤 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재서도 마지막까지 읽고 쓰지 못하는 3인방 가운데 한 명이었다. ㅎㅎ
한글을 아는 것이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도중요한 것은 누가 축구를 잘하느냐, 누가 비석치기를 잘하느냐 이고 그 중에 글자를 쓸 줄 아는 것도 쬐끔
먹어줬는지도 모르겠다.
5살에 유치원을 보냈는데, 그 반에서 한글을 모르는 아이는 자기 아이 하나라고 교사가 집으로 전화를 하더라는
분당의 모 유치원에 비하면 정말이지 너무나 다행이고 다행인 환경이다.
그동안 한글에 대해서는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 부모가 가르쳐줘라라는 그나마 느긋한 선배엄마들의 이야기대로하려고
생각해왔더랬다.
그래서 밥먹는 밥상에 허리 꼿꼿하게 바르게 앉아 한 자 한 자 무얼 보고 쓰는 재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면서
지금이 그때인데 나도 이제는 뭘 해줘야 하나 싶었다.
주변에서 추천해주는<기적의 한글>이라는 책도 위시리스트에 넣어두고 이 책으로 한글을 떼게 해야지 싶었다.
연말에 여러 가지 일이 바빠서 결국 책은 주문도 못하는 사이,
재서의 한글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커져서 이제는 우리 식구 이름은 아빠 이름에서 '환', 엄마 이름에서 '정'을 빼고는
다 쓸줄도 읽을 줄도 알게되었다.
요즘 많은 아이들이 글자를 '읽기'부터 할줄 알게 되어서 재서도 그렇게 시작하겠지싶었는데,
어떻게 우연히도 '쓰기'시작하면서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책을 펼쳐놓고 그대로 따라 쓰기도하고, 돌아다니는 단어 카드 뒷면에 단어를 따라 쓰기도 하는데
그걸 처음부터 읽을줄 알아서 쓰는 것은 아니었다.
재서는쓰고 나서 읽기 시작했다.
쓰다 보니 한글이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여 만들어지고,그게 어떤 패턴이 있다는 걸 조금씩 깨닫는것 같았다.
말도 안되는 죙, 쵱, 쏭 뭐 이런 글자를 써놓고 어떻게 읽는거냐고 물어왔다.
발음해주면 깔깔깔 넘어가며 이 글자가 들어간 게 뭐가 있냐고 물어보는데,
이런건 발음은 할 수 있지만단어는 없다고 말해줬다.
요번에 방모임에 갔더니어린이집에서도 선생님한테 이렇게 물어본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선생님과 조금은 더 친해지기도 했다고 하고 재서가 매우 재밌어 한다고 하셨다.
한글을 쓰고 읽을줄 알아야한다는 어떤 무언의 메시지를 재서한테 줬던 건 아닐까 내심 걱정했었는데,
재밌어 한다고 하시니 마음이 놓였다.
지금은 <기적의 한글>을 사줄 생각이 없다.
아직 한글을 완전히 다 알지 못하지만 어렴풋이 한글을 책으로, 학습지로 가르쳐주기 싫었던, 아니 아까웠던 이유를
재서가 한글을 배우면서 느끼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편지도 제법 많이 써준다.
내용은 엄마 사랑해, 엄마 좋아해로 항상 똑같은 말이지만재서가 써준하트 뿅뿅 그려진 편지를 책상위에 올려두고 보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이제 여덟 살이 한글을 쓸 줄 안다고 자랑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겠지만.. ㅋㅋ
배움은 즐거운 일이다.
배움은 흥분되는 일이고 웃음이 나는 일이고 나를 여유롭게 하는 일이다.
그걸 학교를 졸업하고깨달았다.
아무도 나에게 배움을 가르쳐주지 않았을때 깨달았다.
재서에게서도 축구만큼, 비석치기만큼, 고스톱만큼 즐거운 일중의 하나가 배우는 일이라는 걸 알게 해주고 싶다.
내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음으로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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