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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월] 마법사 수연이
사무실에 있다보면 수연이 전화가 자주 온다.
점심시간 즈음해서 꼭 한 번은 오는데,
나중에 엄마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기를 갖고 와서 "엄마 엄마" 하며
엄마한테 전화해달라는걸 일하는데 방해된다고 하루에 한 번정도 전화해주곤 하신단다.
내가 볼일이 있어 엄마한테 전화를 해도 꼭 저를 바꿔달라고 "나! 나!" 하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말을 할 줄 몰라 아직도 전화하면 "엄마!" 크게 한 번 부르고
내가 묻는 말에 "응! 응~ 어~~~ " 로 대답할 뿐이지만 그 대답소리가 너무 예뻐서 이것 저것 어제 물었던 것 또 물어보고
방금 전에 물어본거 또 물어보고 한다.
어떤 날은 자고 일어나서 전화기를 찾아 나오며 할머니에게 "엄마~~" 하며 불쌍한 목소리로 애원을 했다고도 하고...
아침에 방금 눈 뜬 것 떼어놓고 출근할라치면 요즘 같이 발걸음이 무거운 적이 없다.
그래도 방금 있던 엄마가 자기도 모르게 없어져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하려고
꼭 빠빠이 인사와 뽀뽀는 꼭 하고 나가려고 한다.
야무진 이수연, 열린 문 닫는 지킴이가 됐다.
화장실에 가면 엄마 찾을 까봐 문을 빼꼼 열어놓는데 나를 확인한 다음 문을 꼭 닫아준다.
아빠, 오빠가 열어놓은 베란다 문도 꼭꼭 닫고, 심지어 냉장고에 뭐 꺼내려 나가도 졸졸 따라와서는
그 새를 못 참고 문을 닫아준다.
낮에 아빠가 집에 있는 날에는 책읽어달라고 컴퓨터방으로 책을 가지고 왔다가 아빠가 자고 있으면
책을 두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준단다.
어제는 재서가 열이 많이 나서 창문을 조금 열고 침대에 누워있는데, 열어놓으면 닫고 열어놓으면 닫고 했다.
체온을 재고 체온계를 쓰고 나면 뚜껑 꼭 닫아서 서랍에 넣어버려 방금 썼던 귀체온계를 찾아 다니기도 했다.
오빠따라 그림그리기, 종이 접기, 종이 오리기를 무척 좋아한다.
떨어지기 싫어하는 엄마도 할머니가 수연아 그림그리자~ 하면 냉큼 뽀뽀해주고 그림그리러 달려간다.
요즘은레고 블럭 놀이도 좋아한다.
재서 돌무렵에 사준 레고 듀플러 동물원인데, 재서는 관심도 없었던 사람과 동물들에 더 관심을 보인다.
어떤 건 엄마, 어떤 건 아빠, 엄마, 할머니, 오빠도 다 있다.
동물중에서도 새끼는 꼭 '나!' 하고 큰 건 '엄마~' 한다.
재서어릴때보다 책을 잘 안본다 싶었는데, 요즘은 책도 많이 본다.
오히려 재서는 좋아하는 책이 정해져 있어서 몇 권은 너덜 너덜 해져서 똑같은 책을 한 두번 더 사줬었는데,
수연이는 거의 골고루 좋아한다.
어찌나 골고루 좋아하시는지 제일 좋아하는 책은 상가 광고를 묶은 책인 '피알시대'이다.
주로 치킨 주문을 요청하러 독서를 하기 시작하더니
어제는 체육관 광고였는지팬티 달랑 한장 걸친 육체미하는 아저씨 사진을 찾아서 와설랑 보여준다. 어쩌라고.. ㅋㅋ
거기다 엄마가 읽는 책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요즘 보는 책이 주로 역사 유적에 대한 책인데,
이이화 선생님의 한국사 이야기 1권에 나오는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유물 사진엘 좋아라 해서
지난 번 중앙박물관 어린이 박물관에 가서 나온 자료집에서 '농경문청동기'와 똑같은 사진을 한국사 이야기에서
찾아내어 보여주어 또 엄마를 들뜨게 만들기도 했다.
의사 표현도 더 잘한다.
지금 수연이 생활에 굳이 언어라는게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 표현을 다 하는 것 같다.
짜증말고 화도 낸다.
눈을 작게 하고 얼굴을 찡그리며 앙칼지게 '아우!' 할때
"수연이 화났어?" 물어보면 "아! " 하며 그렇다고 앙칼지게 대답한다.
"엄마가 (아빠가, 오빠가, 할머니가) 이렇게 해서 수연이가 화가 났구나? " 하면 "아! " 하며 대답한다.
"그렇구나~" 하고 공감해주면 "아! " 하고 심통난 얼굴을 하며 가버리고 또 다른 놀이를 찾는다.
우는 것도 예쁘고 화난것도 짜증난 것도 귀엽기만 하다.
종일 나가서복잡한 마음과 머리로집으로 돌아오면
이수연이 제일 먼저 쫓아나와 엄마 머리속을 지우개로 쓱쓱 지워주고
노랑, 빨강, 파랑, 초록색으로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그림을 그려준다.
엄마는 기억을 잃어버리는 마법에 걸렸다가 다음 날 아침 이수연이 해주는 뽀뽀를 받고 마법이 풀려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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