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육아상식 2010. 11. 17. 12:38

부루마블 게임 그 이후

모낭종 수술 후 약 열흘간 어린이집을 안가는 동안 재서는 부루마블에 빠져 있었다.

고스톱은 기본이고

한때 TV에 연결해서 조이스틱으로 하는 게임기가 처음 나왔을때 밤을 꼬박 새우고 새벽에 도시락을 싸야해서

그만 두었던 한 게임해주시는 외할머니도 꼬셔서 부루마블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했다.

낮이면 낮마다 수연이가 낮잠자기를 기다렸다가 한번 시작하면 두 세시간은 기본,

오전 한 타임, 오후 한 타임 그렇게 손자와 외할머니는 부루마블의 세계에 빠졌다.

물론 게임의 규칙은 재서에 의해 정해졌고 할머니는 따랐다.

재서 말로는 '마음대로 부루마블게임' 이란다.

아는 규칙은 따라하고 모르는 건 아마 자기가 정해서 했나보다.

예를 들어 어떤 도시 카드가 하나 없어졌으면 그 도시가 걸리면 어떻게 하자라는 것 같은..

재서에게 부루마블을 안했으면 좋겠다고 엄마 의견을 말해줬지만,

나름 머리 굵어진재서에게 게임을 못하게 막지는 못하겠더라는... -_-;;

상처가 어느 정도 사그러지는 것 같고할머니의 인내심과 체력이 한계에 달하자

재서는 어린이집에 다시 나갔고,

어린이집에 다녀오면 부루마블을 입에 달고 졸랐지만,

저녁이바쁜 할머니도 밤 늦게 들어오는 엄마 아빠도 같이 해줄 사람이 없어서 주중에는 결국 안하게 되었다.

주말에 조금만 시간이 나면 역시 부루마블 하자고 조른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에 시간을 미리 정해놓고 한시간 가량 했다.

은행에서 돈을 나눠주고, 열쇠카드를 올려놓고 말을 정하는 시간이 15분 걸렸다. ㅋㅋ

음.. 모든게 양면성이 있듯이 부루마블 게임에도 역시 좋은 점, 재서가 배울 점은 있었다.

처음할 때보다 일단 두 주사위의 숫자를 더하는 방법이 달라졌다.

6개, 3개가 나오면 예전에는 하나하나씩 다 세었는데, 지금은 3개짜리만 일곱, 여덟, 아홉 이렇게 센다.

한자리 수더하기는 할 줄 아는데 아직 이걸 더하기로 해야겠다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했는지 세어주신다.

돈을 지불할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금은 감을 잡는 것 같다.

예를 들어 36만원을 지불해야하면 10만원짜리 3개 해서 30만원이랑, 만원짜리 여섯 개 해서 6만원을 만들어 주면 된다는 걸

안다. 하지만 훈련은 되지 못해 종종 물어서 확인해야한다.

훈련이 되면 거슬러 받는 것도 눈치채게 될 것이다.

글자를 아직 모르기때문에 나라나 도시는 국기로 판단하는데, 하도 많이 해서 그런지 금방 카드를 찾는다.

계산은 못하지만 누가 무슨 카드를 갖고 있는지는 빤하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내 카드도 '엄마한테 있어','내가 가지고 있어' 바로 바로 내어 놓는다.

아마이미지로 기억하기 때문인 것 같다.

게임을 끝내면서 더 하자고 조르거나 졌다고 화내지 않았다.

누가 이겼는지 판단하는 법을 누구에게서 배운건지 총합하지 않고 같은 수의 카드만큼을 제한 나머지로

판정하는 방법을 썼다.

몇 년전 조합원 교육으로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는 책을 쓰신 편해문 선생님 교육을 들은 적이 있다.

아이들이 크면서 게임을 안할 수는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놀이를 할 줄 아는 아이들은 한 두시간 게임에 빠져 있다가도 몸이 근질 근질해 자전거를 한바퀴 타고 온다거나

인라인을 한바퀴 타고 오는 등 다른 놀이로 옮기거나 그만 둘줄 안다고 했다.

고등학생이 되어도 하루 최소 2간의 '놀이의 밥'을 아이들에게 주어야 한다고 하셨었다.

재서도 게임의 세계에 이미 들어갔다.

친구들에 의해서가 아닌 아빠의 스마트폰을 통해서.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출려고 온 아이들이 다 한다는 쥬니버도 거의 안보여줬었는데, 어쨌든 이미 그 맛을 안다.

주말에는 아빠에게 가서 게임시켜달라고 요구한다.

아직은 조금씩만 허용하고 있지만, 곧 부모가 허용해서 조절하는게 아니라 부모의 눈 안에 없는 시간에

게임을 시작하고 끄게 될 줄 알게 되면, 재서 자신이 그걸 조절해야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서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최대한 '게임'이 아닌 '놀이'의 즐거움을 알게 하는 일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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