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육아상식 2009. 4. 22. 13:02

[재서 6살]인사

내가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눈치를 살피게 되는 때가

재서가 어른들이나 친구에게 '인사'를 하지 않을때이다.

어릴 때부터재서에게어떤 행동을 유도하거나 제재할때 '왜 그래야하는지'를 설명해주려 애를 써왔다.

무조건 그렇게 하면 좋은 것이고 착한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의 효과나 의미를 이해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였다.

아이를 무심결에 제재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게 되니 나도 세상을 다시 보게되기도 해서 좋고

실제로 아이에게 제재를 할 것들이 그닥 많지 않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런데 딱 한가지 아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시킬만한 말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끝까지 인사하지 않고나서 뒤돌아서 그 사람들이 할 생각(아이가 버릇이 없군, 부모가 잘못 가르쳤네..)이

자꾸 거슬려 뒷통수가 뜨겁고 그랬었다.

그러나 여전히 "인사하는게 예의이기 때문에" 하라고 밖에 재서에게 딱히 해줄말이 없고

한번 이야기해줘봤는데 "예의가 뭐야?" 하는 물음에 답하느라 더 쩔쩔맸다.

다시는 '예의'이기 때문에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차피 그게 '예의'가 되었다면 왜 예의가 된 것인지 이유가 있었을텐데

지금은 단순히 달랑 그 행동만 남아 교육되어진다고 생각하지 때문이다.

출산휴가 동안 사람들이 인사를 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비스무리하게? 생각해 낸 적이 있다.

아침에 재서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나오는데, 그 날따라 터전에서 이것 저것 재고 찾고할 일이 많았었다.

그러고 나오면서 아이에게 '엄마 간다~ 오늘도 신나게 놀고와~' 이 소릴 안하고 나온 것이다.

이미 몸놀이가 시작된 상황이고 그 말하러 다시 들어가기도 뭣하고 재서도 딱히 날 찾지 않았기때문에

그냥 생각만 하면서 발걸음은 차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인사를 안하고 나온게 집에가는 동안 운전하는 내내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아.. 인사는 어떤 상황의 시작이나 어떤 상황의 끝을 알리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람을 만나 마주했는데 인사 없이 본론으로 들어간다면? 아주 어색하게 시작될 것이다.

사람과 헤어지는데 인사없이 그냥 각자 흩어진다면?그것만큼 찝찝한것도 없을터.

예전에 대학 신문사 선배 중 인사를 참 잘하는 선배가 있었다.

참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 선배가 엄청 큰 목소리로 "효정아! 안녕~" 하곤 주절 주절 참 말을 많이 걸어줬다.

다른 사람에 대해 관심도 배려도 남달랐고 참 든든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하는데

주변엔 항상 동기든 선배든 후배든 북적댔다.

지금까지 그 선배의 인사를 듣고서는 기분이 좋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선배는 인사를 결코 예의로 인사치레로 한 적이 없었다.

그냥 재채기처럼 터져 나온 것이었단 생각이 든다. 그 사람으로 부터...

여섯 살이 된 재서,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낯을 많이 가리고 시킨다고 결코 다른 사람에게 인사하지 않는다.

한번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부끄러워서..."라는 답을 들었다.

그런데 요즘 시키지 않아도 그냥 인사가 터져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제 터전에서 데리고 나올때 챙기고 나오다가 다시 들어가 민들레에게 요란스레 인사를 하고 나왔고

집앞에서는 멀리서 오는 처음 보는 아줌마에게 인사를 하고

가끔 우리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잡아주고 계시는 분들에게도 큰 소리로 "고맙습니다!" 인사해서

오히려 민망해진 적도 생겼다.

인사로자식 교육 잘 시킨다는 뭐 그런 칭찬을 듣기엔 이미 늦었고 ( ㅋㅋ ) 이젠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재서 안에서 터져 나오는 기분 좋은 인사를 종종 들을 수 있고,

그렇게 인사함으로써 다른 사람과의 시작과 끝을 좀 더 행복하게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