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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병과 싸우는 수연, 평온을 찾아가는 재서
출근한지 나흘째 되는 날이다.
출근은 했지만 아직 업무 몰입모드로 돌아오진 못하고 여러 가지 신경쓰느라 머릿 속은 바쁘다.
수연이는 아직 젖병에 익숙해지지 않고 있다.
첫째 날 젖병 거부로 목이 쉬도록 울어댔다고 한다.
젖꼭지도 바꿔보고 젖꼭지 구멍도 뚫어보고 이렇게도 먹여보고 저렇게도 먹여보고 온갖 방법을 다 썼지만
결국 울다 지쳐 자는 잠결에 먹였더니 좀 먹었다고 한다.
평소 순하기만 하던 아기가 먹지도 않고 울어대니 친정 엄마도 우는 아기 끌어안고 우셨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결국 안고 먹이는건 실패.. 누워 잘때 먹이는 방법으로 겨우 배고픈건면하고 있다.
퇴근하고 들어가서 젖을 물리면 눈을 지긋이 감았다 떴다 하며 너무 편안해하는 표정을지으며 한참 동안 젖을 빨다가
잠이 든다.
출근 후 재서는 갑자기 편안해졌다.
그동안 엄마랑 아기랑만 집에 있고 자기는 어린이집 간다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거였나 싶을 정도로
출근 첫날부터 주말, 어제까지 갑자기 너무 잘 지내고 있다.
재서 어린이집 보내는 시간이랑 수연이 자고 일어나 쭈쭈 주는 시간이랑 비슷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출산휴가중 어린이집 가기전의 재서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다고 한다.
첫째날 할머니한테 매실차 타달라고 하는데 수연이가 일어나 울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매실차를 금방 타주고 애를 달래주려고 했는데
재서가 "할머니~ 수연이 울면 시끄러우니깐 수연이 먼저 안아줘." 했단다.
어린이집에선 한 살 어린 경성이 양말과 신발을 재서가 챙겨주기도 했단다.
그래서 칭찬 스티커 하루에 2개나 줬다.
사실지난 주말 동생이 서울로 이사가는 날이라 엄마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걸 알아서였는지
유난히 주말이 다가오자 금요일부터 긴장되고 어떻게 또 토,일요일을 보낼까 싶어 한숨부터 나왔었다.
그러나토요일엔 처음으로 네 식구 벚꽃길이 너무 예쁜 아파트 주변 산책하고 나서 상가에서 피자와 스파게티 사먹고
다들일찍 곯아떨어지느라 푹 잘 수 있었고,
일요일엔 TV 시청을 자제해준 아빠 덕분으로 조용하고 편안하게 재서랑 함께 설겆이도 하고 차모둠도 하면서 보내다가
오후엔 예전 별님방 아마들과 함께 토마스와 친구들 영화보고 저녁 같이 먹고 돌아와 잘 잤다.
이렇게 주말을 지내고 나니재서가 이제수연이가 함께 사는걸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출근하느라 6시쯤 일어나 준비하고 있으면 재서도 조금뒤 따라 일어나 "엄마~" 부른다.
그러고선 새벽에 한번 유축하고 있는 거실에 나와 뭐라 요구하지도 않고 씨익~ 웃으며 기분 좋게 나와서는
전날 놀던 막대기에 빨간 줄 연결해놓은 걸로 또 열심히 리봉 체조를 하던지,
전날 하다만 만다라를 하면서 조용히 주변에서 좀 놀다가 내가 출근하면 꾸벅 인사하고할머니가 주무시는 방으로 들어간다.
어제는 회식으로 9시쯤 퇴근해서 부랴부랴 수연이 젖먹이고 있으니 재서가 침대위에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다.
"재서야..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열 안났어? " "응~"
"배도 안아팠어? 기침은? " "배도 안아프고 기침도 안했는데?"
"그래..." "엄마.. 내 걱정해줘서 고마워~" 한다. ^^
아이가 자라는건 흘러가는 강 같다는 생각이 든다.
때론 급커브를 틀거나 바닥에 큰 바위를 만나물살이 부딪히면 부서지기도 하고..
완만한 곳을 만나면 잔잔하게 흐르기도 하다가도 경사가 심한 곳에선 갑자기 빨라지기도 하지만
강물은 거기에 멈춰있지않고 계속 흘러간다.
재서가 얼마전까지 한바탕 급커브와 큰 바위를 만나 부딪히면서 물살이 부서졌지만
다시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원래의 재서로 돌아왔다.
강물때문에 쉽게 보이진 않지만 강바닥에는 나름대로 강의 과거가 남아 있듯이
거친 물살을 지나온 재서의 마음속엔 상처가 될수도 있고 단단하게 다져진 건강한 부산물일 수도 있는 것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지나고보니 부모로써 좀 더 아이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한발짝 물러서서 편안하게 봐주지 못한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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