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육아상식 2009. 4. 8. 15:03

마음을 읽는 것과 칭찬

수연이가 눈맞추고 잘 웃고 예쁜 짓을 많이 하자재서는 하루에 꼭 한번씩 눈물을 흘리고

엄마는 아빠는 할머니는 수연이만 사랑하고 자기는 사랑하지 않는다고삐지곤 한다.

아무리 사랑한다 해주고 뽀뽀해줘도 소용이 없었다.

한날 저녁 수연이 젖 다 주면 책 읽어주기로 하자 침대에 엎드려 젖먹는 수연이와 엄마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눈빛이 너무 안쓰러워보여"재서야, 힘들지? " 물었더니 "응!!" 하며 일어나 내 목을 꼭 끌어안으며 부비부비댔다.

나는 무심코 한말이었는데 재서의 대답 소리를 듣고 놀랬다.

'응' 소리가재서 마음속에 뭔가가 확 풀려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확드는 대답소리였다.

그동안 마음으로 힘들어하는 재서에게 솔직히 이해하는 마음보다는 의무적으로 사랑한다는 소리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아이도 사람인지라 이 상황에서사랑한다는 말보다 마음을 읽어주는 힘들지 하는 말이 더 위로가 된 것 같았다.

이 경험과요즘 같아서는 PET에서 배웠던 나전달법, 무패법? 등의 기술이 전혀 안통하는 것 같다고

유찬엄마에게 했더니 명쾌한 비유를 해주셨다.

주전자에 뚜껑을 닫고 물을 부어봤자 물이 들어가겠냐고... 물을 부으려면 뚜껑을 열어야하듯이

내 말과 마음이 재서에게 전달되게 하기 위해서는 재서가 닫고 있는 문을 먼저 열어줘야 한다고.

어쨌든그 후로 한 1주일 정도? 제법 마음이 풀렸는지 잘 놀고 심통을 덜 부렸던 것 같다.

1주일정도가 지난 요즘 재서는 어른들에게 혼나기로 작정한 듯 하다.

지난 일요일은 수연이 목욕시킨 물에 조금 놀게 해줬더니 아기 욕조에 아예 들어가서 수건으로

온 거실에다 물을 뿌려대며 낄낄거렸다.

아무리 그만하라고 엄마 화났다고 이야기해도 말을 듣지 않고 더 심해져서 달려가서 고함치며 엉덩이를 때려줬다.

사실 일요일 오후에는 내 컨디션이 가장 좋지 않을때이다.

엄마가 가시고 토, 일요일을 마흔 잡수신 큰 아들부터 백일도 안된 아기까지 뒷치닥거리에 신경이 가장 예민할때인데

재서가 딱 걸린 것이다.

깜짝 놀라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재서 데리고 방에 들어가 내 감정도 제대로 못추스려 목이 메인 상태로이야기를 했다.

이렇게주말동안 밥먹기도 거부하고 툭하면 울고 툭하면 삐지더니 결국 이번 월요일부터는 어린이집을 또 안가려고 했다.

갈 시간이 다 되면 아예 바닥에 누워서 엄마나 할머니가 하는 말은 아예 무시해버렸다.

양말을 신기면 발길질을 해서 벗어버리고...

그때 할머니가 '재서 어제 엄마 먼저 잘때 할머니랑 양치질도 하고 잤는데... 그치?' 하며 달래려 하셨다.

역시나 그 말에 들은체도 않고 누워서 블럭만 만지작 거리길래

"그래? 재서가 엄마가 안보는데도 양치질 잘했구나!" 하고 칭찬해줬더니 잠시 눈길을 주며

"응! 내가 엄마 자는데 할머니랑 양치질 했어!" 한다.

"와~ 우리 재서가 이제 엄마가 안보는데서도 잘하니깐 엄마 마음이 뿌듯하다.칭찬 스티커 하나 줘야겠다. " 했더니

벌떡 일어나 스티커가 있는 서랍장에서 꺼내 신나했다.

칭찬나무에 스티커 하나 붙이고 신나서 양말신고 옷 입고 어린이집 갈 수 있었다.

어제 저녁에는 근처 사는 경성이네를 초대했다.

처음엔 따로 놀더니 조금 지나자 경성이랑 싸우지도 않고 잘 놀았다.

경성이는 재서보다 한 살 어려 놀러 오라해놓고 경성이 때리거나 할퀴지나 않을까 걱정해서 계속 눈여겨 봤는데

뭐 딱히 배려하지는 않지만 경성이가 재서를 따라 다니며 두 녀석이 연신 낄낄거렸다.

그렇게 잘 지나가나 싶었는데 마지막에 경성이 동생 지성이 기저귀를 가느라 머리에 배고 있던 담요를 갑자기 쑥 빼는 바람에

지성이 머리가 쿵 바닥에 찧었다.

지성이한테 사과하고 경성엄마한테도 사과하라고 하는데도 눈치만 보고 있었다.

9시가 넘어서 경성이네 나가고 나서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재서를 불렀다.

"재서야~ "

역시나 야단들을것 같으니 대답도 하지 않고 못들은척 장난감 가지고 놀고 있다.

"재서야.. 오늘 경성이 와서 경성이랑 싸우지 않고 동생데리고 잘 놀아서 엄마가 기분이 좋네~" 했더니이번엔 반응이 있다.

그래서 일단은 칭찬을 많이 해주고선 나중에

"딱 한가지. 지성이 배고 있던 담요 갑자기 빼내서 아프게 한 것만.. 안그랬으면 좋았겠다. "

그랬더니 미안한 듯 웃고 다시 쫑알대며 자려고 했다.

오늘 아침TV보느라 밥을 먹지 않아 엄마, 할머니랑 씨름한 재서, 또 어린이집 갈 시간에 드러누웠다.

이젠 예전 같은 순진한 방법으로 꼬드길 수 없어 머리를 쥐어 짜서 어제 일에 대해 다시 칭찬해줬다.

그리고선 칭찬 스티커를 줬더니 역시나 일어나 기분이 좀 풀렸는지 준비를 했다.

요즘 같아서는 재서한테 칭찬할 일이 참으로 드물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같은때에 더 많이 칭찬해야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평소같았으면 어제 같은 경우에도 경성이가 와서 장난감도 잘 양보하고 책도 빌려주고 때리지도 할퀴지도 않고

잘 놀아준 것 보다는지성이 머리를 찧게 한 일에 대해 이야기했을텐데

막상 잘한일을 칭찬해준 후 잘못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니 재서도 빨리 수긍을 한 것 같다.

그동안 칭찬을많이 해줘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열가지 잘한 일보다는 한가지 못한 일에 대해 더 관심을 보이며 나전달법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 부모의 권위가 아닌 마음으로부터 어떤 올바른 행동을 이끌어내는 일은

느므느므느므 힘든 일이지만 산속에 들어가지 않아도 도 닦게 될 수 밖에 없는 경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