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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개월]먹거리와 TV 고민
광우병 미국산 소 파동, 멜라민 검출, 음식에 들어가는 색소 등 작년부터먹거리 문제를 겪게 되면서
재서의 먹거리에 대한 생각이 잘못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고민스럽다.
식사중에 소고기가 나오면 "엄마 이건 미국소 아니야? " 묻고
우유나 유제품, 사탕, 과자류를 보고도 "멜라민 들어가 있을텐데..." 하면서 먹고 싶은 걸 참는다거나 물어본다.
색깔이 있는 걸 보면 색소 넣었다 하고,
계란을 보면 중국산 가짜 계란 아니지 물어보고...
주로 김치와 나물류를 먹는데도 밥상 앞에서 먹거리에 대한 지적과 의심이 끊이지 않는다.
거기다 냉장고에서 꺼내는 사온 먹거리들에 대해서는 유통기한이 안지났는지 꼭 확인하고
설탕은 단당류라 안된다는 아빠의 말을기억했다가단 음식 앞에서는 설탕이 들었냐고 물어보며
"설탕은 당당뉴야~" 하며 아는 체한다.
반찬 먹으면서도 싱겁게 먹어야 한다는 아빠 말이 생각 날때면 싱거운 반찬 먹으면서도 일부러 짜다며 안먹거나
사람 몸에는 간이 좀 된 음식이 들어가줘야 한다는 할머니 말이 생각 날때면 나는 짜운게 좋아하며 먹을때도 있다.
밥상 앞이나 먹거리 앞에서 꼭 이런 지적과 확인을 하는 일이 잦아 조금 고민이 되었는데,
며칠 전에는 할머니가 만든 배추 국물 김치를 먹으며 이 물은 어떤 물로 만들었냐,
더러운 물로 만든거 아니냐고 의심하며 몇 번이고 물어봤다.
깨끗한 먹는 물로 담근 거라고 말을 해줬는데도 의심을 거두지 않고먹질 않았다.
사태가이즈음 되니 이건 먹거리의 안전성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이분법으로 나누고의심부터 하게 만들어 결국 세상은 믿을 수 없는거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며칠전부터는 재서의 이런 종류의 질문과 확인, 의심을 할때마다 다른 대답을 해주고는 있다.
'식당에서 사먹는 음식은 밥도 반찬도 다 중국산이라 먹으면 안되지? ' 라는 물음에는
'중국산 쌀도 반찬도 만들때부터 나쁜건 아니야~ 중국 농부들이 열심히 땀흘려 지은 건데 중간에 오면서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먹을 수 없게 만드는거야. 그러니깐 다 나쁜건 아니야' 이렇게 말해주고
'단 건 먹으면 안돼' 하면 '뭐든 적당히 먹으면 괜찮아' 한다.
밥상 앞에서도 농부 아저씨들이 열심히 땀흘려 우리가 밥도 먹고 반찬도 먹는거라며
이런 밥도 못먹는사람들이다른 나라에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우리는 감사하게 먹어야 하는거라며
어릴때 귀 아프게 듣던 그이야기를 나도재서한테 하기 시작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겠지만먹거리 앞에서의 옳고 그름, 이런 저런분별하는 지식은
한번 먹어서 죽는 독버섯이 아니라면,
먹거리를 만들어주는 땅과 사람들, 자연에 대해 충분히 알게한 후 알려줘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재서같이 아직 세계관 형성이 되지 않은 아이들은
습득되는 지식과 이미지들을 스펀지같이 빨아들여 금방 자기의 생각과 행동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 중 또 다른 고민 하나가 TV에 대한 노출이다.
재서 아빠는 특별히 뉴스를 안보여주고 싶어하지만
재서 아빠가 즐기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이나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나 나쁘긴 매한가지이다.
세상을 나와 산지 겨우 4년 밖에 안된 재서에게 TV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들은
극단적으로 웃기고 극단적으로 화려하고 극단적으로 폭력적일 수 밖에 없다.
아직은 시간을 제한하면 내가 지켜보지 않더라도 스스로 지켜내긴 하지만
조금 심심하면 어린이 프로 보여달라거나 공룡 다큐 틀어달라고 요구한다.
수연이 낳기 전즈음부터TV 보는 시간이 확 늘었는데재서는 요즘 집에서 잘놀지 못한다.
어린이집 가지 않는 날이면 걱정될 만큼 TV에 넋을 놓고 있거나 낄낄거리고 있다.
재서는다른 아이들보다 좀 더 많이자기 감정에 대해 예민한 편이다.
더 잘 웃고 더 잘 울고 더 잘 화내는 성격이라 TV의 강한 나쁜 이미지들은 다른 아이보다 더 나쁘게 작용할 것 같다.
뜨거운 물에 튀어 나오는 개구리가 아니라 서서히 뜨거워지는걸 모르는 개구리같이
이렇게 더 가다간 안될 것 같은데,
아직 우리집은 TV 없애는 것에 대해결정을 못하고 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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