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육아상식 2007. 10. 19. 12:45

[37개월]책고민

재서가 요즘 어릴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다시 갖고 논다.
보행기며,아기체육관이며, 모빌이며...

여기 저기 손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올려뒀었는데 심심하면 집안 곳곳을 뒤지고 넘보고 다니다찜해둔 후

한 며칠 생각 해봤는데 도저히 안되겠다는 듯 거실에서 놀다가 갑자기 손을 끌고 가서 그걸 내려 달라고 한다.


"재서야.. 이거 재서 아기때 놀던 건데 기억나?" 하면
"응!" 자신있게 대답한다.
뭐 신빙성은 없다. ㅋㅋ
기억이 아니라 왠지 모를 편안함, 그 많은 시간들 속에 한 부분들일 것이다.

나에게 지름신이 내려오는 물건이 꼭 하나 있다. 바로 책 욕심이다.
그렇다고 그닥 많이 읽는 편은 아닌데 책에 대해선 좀 사치하는 편이다.

빌려 읽거나 중고로 거의 사지 않으니깐..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도 명절에 친척들에게 받은 용돈만 있으면 1년 내내 사고 싶은 책을 사기에 충분했고

다행히 책값은 아무리 비싸더라도 내가 쓸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물건 중 가장 가격대비 우수한 물건이었다.
물론 그 속에 있는 세계는 현실의 가난한 나에게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약간 우월의식을 갖게 해주기도 했으니 나름 행복이었다.

재서를 키우며 처음엔 푸름이 사이트라는 곳을 통해 아이들 책에 대해 들었다.

어린 아이에게 전집을 사주는 건 극성엄마라는 생각이 있었던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말이 없는 나로서는 재서가 나때문에 말이 늦을 것 같다는 걱정도 되었고

어차피 수다엄마가 되진 못할꺼니 책으로라도 말을 해주자 싶었다.

6개월이 넘어가자 몸은 움직이지 못하면서 더 놀고 싶어 잠을 안자려하는

재서에게 책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혼자 많이 했다.
그래서인지 재서는 무척 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가지고 있던 책을 수십번 반복하게 되니

자꾸 새로운 책들을 사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돌잔치하고 남은 돈으로 처음으로 마술피리 꼬마 전집을 매장 전시하던 걸로 싸게 들였다.


이 전집과 아기때부터 보던 책을 정말 1년 반가까이를 물고 빨고부터 시작해 하루에 거의 한자리에서

40여권을 해치우기도 했다.
입에 침이 말라 중간에 물마시러 잠깐 쉬는 것 외에는 퇴근 후 거의 한 시간을 읽어주기도 했다.
물론 낮시간 담당은 할머니였는데 역시나 입이 아프다고 저녁엔 절대 사절이었다.
본전 뽑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다른 전집도 처음엔 사다가 나중엔 빌려보기도 했다.

요즘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저녁에 자기전까지 책을 보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그렇게 많은 책을 보진 못하고 곧바로 잠이 든다. 그래서 좀 편하다. ㅋㅋ

책을 많이 보여주면 좋다고들 흔히 말하는데, 나는 아직 명쾌하게 '그렇다'라고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자연관찰이나 원리 동화 같은 분야가 특히 더 그렇다.

그렇다고 아닌 근거를 또렷하게 대지도 못하지만...

아이들은 많은 책읽을수록 좋다 vs.많은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아이들에게는 낡고 익숙한책이 좋다vs. 새롭고 다양한 책이 좋다.

이생각이정리되지 못한 가운데...

바로 온라인서점 도서 정가제가 내일부터 시행된다고 하니!!

또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_-;;;

'달팽이 과학동화도 벌써 몇 번씩 보고 또 봤으니.. 다른 전집 사도 괜찮겠지?'
'일단 차일드 애플과 동사모 단행본 팔아서 그 돈으로다..
어차피 살꺼면 도서 정가제 이후엔 중고가도 오를텐데 미리 사놓을까?'

'익숙한 장난감을 다시 꺼내서 또 다르게 노는데 다봤다고 해서 팔고 또 새로운 책을 사는게 잘하는 일인가? '

'아이들에게 새로운 많은 장난감을 주는 것처럼 혹여 책도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

머리로 이런 고민을 하면서 내 손구락은 이미 주문하기 버튼을 눌러버린다. ㅎㅎㅎ

전집은 아니지만 그동안 위시리스트에 있던 책들을 몽땅 북카드에 담고...

오!! 얼마 이상은 추가 쿠폰도 있고, 그동안 쌓아뒀던 포인트랑 합하니 1만 5천원 가량 아껴진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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