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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홀로서기 연습하는 재서
재서의 어린이집 생활이 한달이 넘었다.
중간에 한번 혼자 어린이집에 있게 해봤지만 재서의 완강한 거부로 적응 프로그램 끝이 보이질 않았는데
어제부터 짧지만 2시간, 오늘은3시간 할머니없이 혼자서 지내고 왔다.
혼자 떨어져서 지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믿기지 않았다.
요사이 저녁에 떼를 쓴다거나 자다가 일어나 울어제끼는 일도 없어졌다.
갑자기 찾아온 재서의 편안한 마음이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아침에 나와 떨어질때도 아주 기분이 좋은 상태이다.
오늘도 "엄마 안녕히 다녀오세요" "일찍 오세요" "조심해서 다녀오이소" 하며 배꼽인사를 해준다.
아침에는 나오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그저 무조건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준 것 뿐인데
아마도 내가 못보고 있는 재서의 생활에서 할머니와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많은 노력이 있지 않은가 싶다.
한번 안가게 되면 계속 안간다고 할 것 같아 아침에 갈때마다 할머니 속을 새까맣게 태우는 재서.
간다 안간다, 옷 입고 갈꺼다 옷벗고 갈꺼다, 세수 한다 안한다, 또 간다 안간다 아침마다 재서의 변덕에
오전에 통화를 하게 되면 엄마 목소리에서 여러번 아주 뚜껑 열렸다 닫혔겠다 싶은 목소리이시다.
어쨌든 아침마다 씨름을 하는데다 점심먹고 조금 놀고 데리고 오면서는 집으로 오는 차편이 없어서
구운동까지 갔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들어오는데 그때 재서는 할머니 등에서 낮잠 시간을 갖는다. ㅠ.ㅠ
얼마전 어린이집 근처에 가는 버스가 훨씬 덜 자주오는 13-1번으로 바뀐 후부터는 더욱 힘들어 하신다.
오늘은 걸어가자해서 오면서 재밌게 놀다가 또 업어달라고 해서 낑낑 업고 오셨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났었단다.
"그래서?!" 물었더니 "그래서는!! 14층까지 업고 왔지!! 내가 죽는 줄 알았다. 허리가 내려 앉는다!" 근데 집에 도착해서
딱 내려놨더니 딸깍 눈을 뜨면서 "할머니! 재밌게 놀아요~~"하더라나... -_-;;
거기다가 굴러가는 건 모두 좋아하서 새로 사준 쿼드릴라.
이게 또 재서 수준보다 훨씬 높아 모두 만들어줘야하는 블록 놀이인데, 그림을 보면서 매일 하나씩 만들어 달라고
한단다. 손재주 있는 할머니이지만 이건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하신다. -_-;;
힘드셨을텐데도 퇴근하고 들어오니 다람쥐에게서 뺏은 잣열매 하나를 가지고아주엄마와 재서 둘 다
나한테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집으로 걸어 오는 길에다람쥐 한마리가 잣열매를 가지고선 길을 건너고 있었는데 재서랑 엄마를 자꾸 힐끔 힐끔
돌어보더란다.
그래서쫓아가서는 "우두두두두~ "하며 겁을 줬더니 열매를 놓고 부리나케 도망쳤단다.
(벼룩의 간을 빼먹지... -_-;;)
어쨌든 재서랑 엄마는 신나게 솔방울 세 배 정도 되는 잣을 자랑하더니 하나씩떼어서 깨먹었다.
집에서 놀때도 꼭 누가 같이 옆에 있어주길 바랬는데 혼자서도 역할놀이 하는 것처럼 대화하면서 놀기도 하고
놀이 중간에 뭔가 다른 일을 해야할때 "잠깐만~" 하면 잘 기다려주고 재서도 "잠깐만~" 하고선 하나의 놀이 중간에
다른 일을 하고도 짜증내지 않는다.
어린이집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이튿날부터인가는 젓가락질을 하고 싶어하는데아이들하는걸 눈여겨 봤는지 제법
집어 먹는다.
할머니의헌신적인 사랑,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 어린이집 다니면서 생기는 소소한 재미들,
큰 아이들을 보면서 배우는 일들에 대한 성취감, 형아 누나들에게 받는 긍정적인 느낌..
이런 것들때문에 재서의 홀로서기 발떼기가 자연스럽게 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이제 시작이지만 집안의 울타리를 벗어나 조금씩 반경을 넓히고 있는 재서가 너무 대견스럽고 뿌듯하다. ^^
↓다람쥐에게 삥뜯은 바로 그 잣. 크기가 시중에 파는 잣보다 조금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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