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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개월] 앨리스 뮤지엄
재서를 낳고서부터인가?
회사에서 37층 빌딩으로 출근하기 시작해서부터였던가?
주말이 다가오면 날씨부터 체크한다.
직장맘들 속상하라고 어찌그리 주중에는 맑았다가도 주말이 되면 흐리거나 황사거나 비가 내려주시는지..
8층이긴하지만 창문을 열지 못하게해서 햇빛을 직접 쬐지 못한다.
기분 안좋을땐 현대판 감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결혼전에는 밤새 릴레이로 상영하는 인디영화까지 봐줬건만 요 몇년 문화생활을 못누리니 갈증도 난다.
이러니 주말이 되면 온몸이 안달이 나서 TV 보고 쉬고싶어하는 재서아빠를 달달달 볶아댄다.
반면 재서아빠는 종일 운전하고 밖으로 돌아서 주말엔 집에서 쉬고싶어 하는거 알긴 아는데도 말이다.
재서가 조금만 더 크면 대중교통으로도 나들이 나서볼법 하구만 아직은 힘들다.
지난 주말 마지막 봄 날씨일것 같은 시간들을흘려보낸 탓에 6일은 서울에 약한비가 내린다고 했지만 꿋꿋이 나갔다.
어딜갈까 새벽부터 일어나 인터넷을 뒤져가며 고민하다가 예술의 전당에서하는 <앨리스 뮤지엄>으로 결정했다.
시간이 되면 코엑스에서 하는 세계책전시회도 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 맞다 재서는 핑계고 내가 댕기고 싶은거다. ㅠ.ㅠ)
아침 밥먹고 어찌어찌하다보니 12시가 다되어 집을 나왔고 도착해서 한바퀴 돌고 나니 점심때가 훌쩍 넘어 좀 있으면 저녁이 될것 같았다. 시간은 어찌그리 총알같은지...
코엑스에서 하는 책전시회는 어제가 마지막 날이었는데 아쉽게도 놓쳤다. ㅠ.ㅠ
<앨리스 뮤지엄(A.L.I.C.E - Alive >
사방치기 놀이.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 마냥 왔다 갔다 뛰어다닌다. ㅋㅋ
소리나는 가방, 모자, 옷. 전자음이 좀 시끄러웠다. 여러 아이들이 한꺼번에 만져서 어떤게 어떤 소리인지
이걸 흔들어서 소리가 나는지 연관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아이들이 다 가고 재서 혼자 남았더니 설명해주는 누나가 꽤 신경써서 알려준다.
다른 아이들이 없으니 핸드백을 신나게 흔들어본다.
말랑 말랑 까페. 동물 모양 폭신한 의자에 앉아 싸인펜으로 그리기.
마우스 만져봤다고 자신있게 이리 저리 굴려본다. 앞에 쓰여진 규칙은 무시다. ㅋㅋ
원래는 천사가 구름을 모으고 찾아다니는 건데 마우스 움직여서 천사가 막 날라다니니 좋아라한다.
재서가 제일 만만한건 역시 공이다.
평평한 곳이 아닌 곳에서 공을 굴려보게끔 되어 있는데 이리 저리 굴리다 밖으로 달아나면 저 큰 공을 번쩍 들고 와서 다시 놀았다. ㅋㅋ
손전등으로 그림을 그려요.
이건 참 희한한데 그림자가 변형을 하게 되어 있다.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기도 하고.. 팔을 들면 악어 이빨로 변한다.
재서는 그게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지 한참 불빛 앞으로 지나가질 못하고 사람들과 그림자만 구경했다.
잠시 비췄는데 재서가 악어로 변하니 낄낄거리며 할머니를 물고 난리다.
너무나 감정이입 잘되는 재서. ㅋㅋ
사람이 움직이면 벽에 반사되는 그림에서 따라서 물을 뿌리는 그림이다.
그림자 놀이 좋아하는 재서. 한참 왔다 갔다 뛰어 놀더니 반사되는 그림이 재서 팔에 비치니
엄마! 그물이 재서 손에 있어!! 하며 신기해한다.
요것도 사람이 움직이면 그림의 날파리들이 우루루 따라 움직여준다.
재서는 이 두 벽 그림이 제일 재밌는지 계속 이리 저리 뛰어다녔다.
생각보단 붐비지 않아서 좋았지만 이런데는 주말에 오면 안되겠구나 싶었다.
아이들 데리고 온 엄마들 눈엔 자기 아이밖에 보이질 않는지 다른 애들이 먼저 하고 있는데도 상관없이
중간에 불쑥 불쑥 끼어든다.
많은 엄마들이자기 아이가한번씩 뭔가 해보는 것에 사활을 건 듯이 덤벼(?) 들었고,
열심히 아이에게 설명해주면서 지도해주었다.
또 한 무리는 교사가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을 우루루 데리고 다니면서
이건 어떤 전시이며 이렇게 한다고 시범을 보인후 한 아이씩 질서를 지키며 차례로 체험하게 해주는데 깜짝 놀랐다.
무지개 우산 여러 개가 천정에 달려 있는 전시를 보고
"우와~ 이건 무지개 우산이예요. 조용! 무슨 소리가 들리나요? 비소리가 들리네요! 느낌이 어떤가요? 시원하죠?"
거짓말 아니고 딱 이 말을 아이들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혼자 다 해버리고 다음 전시로 옮겼다.
헐~
너무들 급하다.
아이가 먼저 다가갈 시간, 먼저 궁금해할 짬을 주지 않는다.
한가지라도 더 해보이고 싶어서 자리를 확보하고 확실히! 설명해주고 제대로! 정식대로! 체험하게 해주게 하기 위해
어른들은너무 앞서 나간다.
아니 앞서나가다 못해 어찌보면 아이들에게 기회를 뺏는 것이고 길게보면 흥미를 잃게 하는 것이다.
예술에 흥미를 잃으면 그건 끝이다. 즐길수가 없는 것중에 하나가 되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그냥 보는게 아닌 이런 체험이 낯설었다.
각 전시마다 무얼하라는 것인지 무얼 봐줘야하는 건지 빨리 캐치가 안되어 한참 봐야했고 재서도 마찬가지였다.
재서도 먼저 손이 가는 건 공이외엔 없었다.
다른 아이들이 하는 걸 한참 바라본 후 접근했고 엄마 손에 의해 뭔가 잘 해내는 아이들과 달리 재서 혼자 이리 저리 맘대로 해보다가 잘 안되면 다시 뒤로 물러나 구경했고 재미 없는건 그냥 넘어갔다.
평소에 좋아하는 그림자가 그림 속에 놓여 있으니 또 다른 재미가 났다면 재서한테는 훌륭한 전시인거다.
빛에 의해 제 팔뚝에 희한한 그림이 비춰지는게 신기해했다면 아주 Goooood!! 이다.
네살짜리 아이는 이 정도면 된다고 생각한다.
전시의 준비는 사실 실망스러웠다. 왜냐? 작품들은 3분의 1 정도는 '고장'이 나있었다. ㅋㅋㅋ
센서가 고장나서 작가가 센서를 사러 간것도 있었고, 소리 크기에 따라 빨간 불이 들어오는 전시는 주위 소음으로 인해 계속 빨간 색이 들어 와있었다.
'예술작품도 어떤 회사 부품을 이용하여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하는건가?'
선입관때문인지 너무나 많은 부분 기술에 의존한 작품이 예술작품인가 반감이 들기도 했다.
전자 제품에서는 감성과 미를 고려한 디자인이 잘 팔리고 나도 편안함을 느끼는데
왜 거꾸로 예술작품에 기술이 들어가면 낯설기만 한걸까..
되려 이걸 우리 TV에 접목시킬만한게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이리 저리 아이디어가 생각나게 한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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