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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보다는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이 먼저
지난 일요일 오후에 있었던 일이다.
재서, 수연이 컴퓨터방에서도라에몽을 조용히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연이 우는 소리가 났다.
수연이가 의자 손잡이를 잡고 있었는데, 재서가 앉은 회전의자가 돌다가 손잡이 사이에 있던 수연이 손을 찍었나보았다.
왜 우냐고 하니 "오빠가~~ " 하면서 손가락을 내어 보여서 '호호~ 불어주고 진정시켰다.
쳐다 보고 있던 재서는 수연이 손을 자기 의자가 찍었는지 몰랐던 것 같았다.
다 보고 나왔는데, 둘 다 이번에는 재서방으로 갔다.
조금 있다가 재서가 나를 불렀다 "엄마! 수연이가 내 손 밟았어!"
아무 대꾸도 안하고 있으니까 또 더 큰 소리로 "엄마! 수연이가 내 손 밟고도 사과도 안해!" 했다.
그래도 그냥 있었다. 둘이 알아서 하라고.
조금 있으니까 수연이 우는 소리가 또 났다.
들어가니 수연이가 서 있는데, 재서가 발로 수연이를 밀어내고 있었다.
수연이 울면서 "오빠가~~" 하면서 울었다.
"재서야! 지금 발로 수연이 일부러 밀고 있네. 왜 그래?"
"수연이가 내 손 밟고 사과 안했어"
"그렇다고 일부러 괴롭히는거야?"
"응.. 사과를 안했으니까"
"수연이가 사과 안했다고 네가 일부러 괴롭혀도 되는건 아니야" 하며 수연이를 안고 데리고 나왔다.
가는데마다 오빠가 발로 밀고 있는데도 안나오려고 해서 "지금은 오빠랑 좀 떨어져 있어. 자꾸 싸우잖아." 하고 나왔다.
쇼파에 우는 수연이를 달래주려고 물었다.
"수연아.. 오빠가 아까 수연이가 손을 밟았는데도 사과 안해서 화가 났나봐. 다음부터는 사과하자?"
그러는데 도리도리하면서 "오빠도 아까 나한테 사과 안했어"
"엥? 그럼 아까 오빠가 컴퓨터방에서 사과 안해서 일부러 오빠 손 밟은거야?" 물었더니 그렇단다.
맙소사...
사과를 하는 것에는 인색하고 받지 않는 것에 대한 억울함에 복수에 복수가 이어진 것이다.
"수연아! 그렇다고 오빠 손을 일부러 밟는 건 수연이가 잘못한 거야. 그건 오빠한테 사과할 일이야"
그러고 재서를 불러내서 서로 사과하자고 했지만 둘 다 싫다고 했다.
"부끄러움을 느끼고 먼저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 용감한거야 " 해도 싫단다.
그래서 두 녀석을 따로 따로 벽에 서서 생각 하라고 했다.
생각하라고 따로 세워두는건 수연이는 처음이라 그런지 많이 울었다.
벽에 세운 재서는 이제 컸다고 그러는지 떳떳하게 서 있으면서 "뭘 생각해야하는건데?" 하고 오히려 묻는다.
"지금 이 상황에서 니가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생각해봐"
세워놓고 사과를 받는 것에 너무 신경쓰지 마라. 사과를 안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해야한다.
사과를 안하고 넘어가면 너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고 수연이도 편안하지 않다.
학교에서 나를 사랑하고 다른 생명을 사랑하라고 배웠지 않느냐.. 그걸 생각해봐라.
한참 설교를 늘어놓았지만 녀석은 도대체 자기가 뭘 더 생각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오랜만에 엄마가 너희가 시간을 보내는데, 이렇게 계속 싸우는걸 보니 속이 많이 상한다.
평소에도 그러냐 하고 물었더니 재서 왈 아빠가 있을 때는 안그런다는거다.
왜그러냐고 물었더니 아빠하고 있을때 수연이가 조금만 울어도 무조건 자기가 잘못한거니 자기가 이렇게 못한다는 것이다. ㅠ.ㅠ
조금 있다가 재서가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생각했다고 왔다.
뭐냐고 물으니 "그건 바로 재밌게 노는 일" 이란다.
"뭐?!! " 기가 차서 웃으니 "다시 또 재밌게 놀면 되는거"라며 자기는 숙제를 다 한냥 편안해 한다.
더 이상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울다가 삐진 수연이가 쇼파사이 머리만 내놓고 숨어 있는걸 보고는
점심 준비를 했다.
그 동안 수연이는 쇼파사이에서 낮잠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재서가 영 사과를 안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수연이 역시 사과와 감사의 말을 어린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잘 해왔었다.
그런 아이들이 서로 사과와 감사의 말에 인색하고 서로가 감시만 하고 억울해 하기만 한다.
오히려 재서아빠는 지나치리만큼 둘의 관계에서 서로 잘못을 했을때 사과를 하도록항상 교육시켰는데도
결과는 정반대이다.
일요일 오후 내내 어떻게 교육시켜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곰곰히 생각해보니그게 둘의 갈등상황에서누가 어떤 잘못을 했을때 어른이서둘러 사과시키고,
상대가 어떻게 아팠을까,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살피는 일에 더 많이 할애하고 강조하지 않았던 것 같고,
둘의 관계에서 어른이 지나치게 개입하여 한 사람은 아빠에게 지지를 받고 있고, 한 사람은 아빠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끼는 억울함이 이미 깔려 있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은 비단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잘 사과하지 않는다.
사람을 툭툭 치고 지나가거나 발을 밟고도 사과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서울 사람들을나도 많이 겪었다.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해 불쾌해하고 상처 받은 사람이 있다면,
내가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과하지 않겠다는 어른도 있다. 아니 많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사과를 너무 잘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행동은 바뀌지 않고 다음에 또 사과를 한다. 그런 사과가 계속되면 사람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진다.
관계에 있어서 상대에 대한 공감, 그리고 자신 행동에 대해 돌아보고
부끄러움을가르치는 것이 먼저이지 싶다.
그리고 그것마저도행동에 대한 지시를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부모의 행동에서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정말이지, 자식이 부모를 낳는다는 말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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