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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일깨워주는 아마들
지난 달 방모임때 일이다.
아이들 집에서, 터전에서 한 달 지낸 이야기를 쭉 나누는 자리에서보현네 차례가 왔다.
보현 아빠는 가족들과 같이 하는 시간을 늘이기 위해서 TV를 없앴다고 말씀하셨다.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뉴스를 보던 습관이 있었는데,
TV를 없애고 나니 아침에 일어나 보현엄마가 일어나기 전에 밥솥에다 밥도 하게 되고
일요일엔 또 차모둠하면서 대화도 나눌 수 있게 되어 좋은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도 비슷한 시기에 TV를 거실에서 작은 방으로 보냈다.
TV를 없애자는온갖 회유, 협박에도 끝까지 굴하지 않고 집에 오면 습관적으로 TV를 틀어놓던 재서아빠가
수연이가 TV에 눈을 박고 떼지 못하는 걸 보고는 큰 맘 먹고 작은 방으로 옮기게 되었다.
허나 우리는 작은 방이 또다른 아지트가 되고 있었다.
재서아빠는내 눈치를 보지 않고 편안하게 TV를 보느라 거실로 잘 나오지 않고,
내가 수연이를 보노라면 재서는 혼자 놀다가 자연스럽게 아빠가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간다.
가서는 아빠가 주는 사탕도 먹는 재미도 있고,
어떨땐 아빠는 TV 틀어놓고 자고 있는데,재서는 평일에 하는 오락 프로그램을 보며 깔깔거리고 있어서
내 속이 뒤집히는 일이 종종 있어 왔던 차였다.
거실에 있을 때도 TV 보며 밥먹는 건 금지였는데,
(물론 재서아빠 기분에 따라 어떨 땐 오락 프로보면서 밥도 먹었다가 어떨 땐 엄격히 금지시켰다)
작은 방으로 아예 상을 들고가서 밥을 먹으며 재서한테 어렵게 훈련시키는 원칙을 너무 쉽게 대놓고 깨곤해서
속상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즈음 보현아빠 말씀을 들었으니.. 내 입에서 저절로 감탄사가 연발해서 나왔다.
방모임에 늦게 온 재서아빠가 거실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소리가 들리길래
농담반 진담반으로 "잠깐만요! 이런 이야기는 재서아빠가 들어야 해요.. 좀 있다 다시 해주세요." 했다.
계속 부러운 눈으로 감탄사를 뱉으며 보현아빠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잠시 후, 내 옆자리에 있던 서영아빠가 낮은 소리로 뭐라 말씀을 거신다.
"재서아빠도 잘하는게 있을꺼예요~~ㅎㅎ"
"!"
그 말을 들으니누가 내 등을 세게 친것 같이 정신이 들었다.
아.. 나를 일깨우는 이 아마들.
느끼고 깨달은 걸 행동에 옮기는데 주저함이 없는 훌륭하신 아마,
서로 다른 아이를 인정해주는 것처럼 서로 다른 어른들을 인정해주는 따뜻한 아마도 있었다.
서영 아빠의 말씀을 듣고 재서아빠를 보니 정말 좋은 점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재서아빠는 재밌고 유쾌한 사람이다.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뒤엉켜 놀 줄 아는 사람이다.
아이들처럼 쉽게 흥이 나기도 하지만 잘 삐치기도 하는 사람이다.
주위에 나를 일깨워주는 사람들이 있어주는 이 곳이 있어 참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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